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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
어릴 때 난 참 게을렀다. 설겆이 하라고 시키면 미루고 미루다 더이상 피할 수 없을 때 간신히 하고 빨래하기 싫어서 같은 옷을 계속 입고, 청소하기 싫어서 모든 것을 벽에 걸고 사는 식이었다. 엄마는 자꾸 시키면서도 그런 날 보고 "게으르게 사는 것도 괜찮아. 시집가면 질리게 할 테니 쉬어라" 하곤 했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간교했다. 물론 당신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결과가 그렇다. 늘 내게 "내가 우리 알퐁 때문에 산다. 내가 너무 힘이 들어서 이걸 어쩌나 하면 네가 뿅 나타나서 해줬어.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어" 했다. 그렇다. 내가 설겆이를 한 것은 더러운 게 싫어서가 아니고 힘든 엄마가 할까 봐였다. 좀더 나이가 들어 그때 엄마만큼 나이가 들었을 때 졸지에 딸 셋이 한꺼번에 생겼을 때 아이들을 잘 ..
문득 사부작사부작을 영어로 말해야 한다면 뭐라 할까 궁금해졌다. 물론 쌰부짹 쌰부짹 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풀어서 말한다면? doing things slowly and steady? doodling, fiddling, 또는 fribbling? 그런에 이런 말은 너무 목표 없이 그냥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어서 맞지 않는 듯. 친구 하나는 뭐해 하고 물으면 늘 대답이 pottering around 한다. 내가 들은 말 가운데에서는 이 말이 가장 가깝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부작사부작하는 그림으로 그려지는 작은 움직임과 거기에서 나오는 소리까지는 담지 못한다.

낡아서 싸게 팔려고 해도 팔지 못하고 버리자니 너무 아까운 안락의자. 사실 쓸모가 많은 의자이지만 거죽이 너무 지저분해서 쓰지 못하던 의자. 봉쇄 덕분에 다시 씌웠다. 울 따님과 고양이님들, 의자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걸 봐서는 높은 분들의 승인을 받은 듯 ^^ 울 따님께서는 달고나를 만드셨는데 (물론 내가 '도와' 주었지만) 실패. 소다 양 조절도 힘들지만, 진저맨 틀로 했는데 너무 일찍 누르면 늘어붙고, 너무 늦게 누르면 안 찍히고 ㅜㅜ 울 동네 페북에 보면 하나에 $1. 난 똥손이라 불가능.

봉쇄로 일을 못하니 사부작사부작 이것저것 손대고 망가뜨리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오래된 맥 키보드 옷 입히기. 무척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작용은 잘하는데 요즈음 것과 달리 손가락으로 치는 소리가 좀 시끄럽다. 가죽을 오려서 본드로 붙였다. 열심히 크기를 자로 재고 그리고 잘랐지만 크기가 제각각이고 테두리는 거칠다. 내일 보면 그런 흠은 더 잘 보일 것이다. 늘 무언가 하면 그날 밤까지는 세상 최고 예술품 같다가 자고 깨면 허접해 보인다. 그래도 지금은 맘에 든다.
뉴질랜드는 의료시설이 충분하지 않아서인지 0 사례를 목표로 봉쇄 정책을 써왔다. 한 일년 동안은 성공하는 듯했지만 한번 델타가 들어오니 쉽게 잡히지 않는다. 오늘쯤 2단계로 내려갈 것을 기대했는데 지역감염 사례가 기대보다 많이 자꾸 생기는 바람에 아직 2단계로 내려가지 못했다. 결국 대부분 일터가 여전히 문을 닫고 있다는 뜻이다. 내 일을 포함해서. 어쨌든, 3단계이긴 하지만 10인 이하 두 집 사람들이 바깥에서 만나는 건 오늘부터 허용을 하겠단다. 보기를 들어, 두 집 어린아이들이 바깥에서 만나서 놀 수 있다는 것. 웃긴 건 어느 기자가 수상에게 만약 집밖에서 놀다 변소를 가야 하면 (to answer the call of nature)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냐고 물었더니 수상이 대답하길 방광이 좋지 ..
4단계에서 3단계로 내려갔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같은 규칙에 포장 음식을 살 수 있다는 정도? 7주만에 처음으로 동네 카페에 커피를 사러갔다. 내 차례가 가까워오는데 내 뒤로 집근처 교도소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줄을 선다. 일하는 중? 점심시간은 소중하니까 먼저 주문하라고 양보했다. 나는 요즈음 일을 안 하니까, 아니 못 하니까. 그런데 내 커피를 받는데 카페 직원이 주문하지 않은 쵸코렛 브라우니를 주면서 그가 벌써 돈을 냈단다. 그럴 필요 없는데 ... 마음이 아주 따뜻해졌다. 만약 그가 내게 미리 물어봤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말. No thanks! I'm sweet enough alrea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