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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이라기보다는 당한 일

알퐁 2022. 2. 14. 20:43

딱 한 시간 집을 비웠는데 와보니 앞문을 발로 찼는지 밀었는지 자물쇠가 바닥에 떨어져 있고 아이 랩탑이 든 학교 가방이 없어졌다.

아이 전화로 랩탑 움직임을 찾아보니 동네 근처에서 아직도 이동중. 급히 경찰에 전화. 실시간으로 주소를 알려 주었지만 그러면 뭐하나 경찰이 출동해서 쫓아갈리가 없는데. 내일 과학수사대를 보내서 지문을 "뜰 수도" 있단다. 오후까지 오지 않으면 그냥 있으란다. 밤에 자려면 열쇠공을 불러서 고쳐야 하는지라 지문을 떠도 소용없고 경찰이 오지 않는다는 거를 다른 사람들한테 들어서 안다. 

내 방에 있는 데스크탑이며 아이 방에 있는 큰 모니터 새 닌텐도 다 그대로 있어서 아이 가방만 없어진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아이쿠야 다른 방도 훑었다. 보석상자들이 다 열려 있고 비어 있었다.

보석상자라고 해봐야 우리 나라 옻칠이며 나전칠기가 예뻐서 갖고 있는 것이지 비싼 보석은 없다. 은팔찌와 은목걸이, 필리핀 산 싸구려 진주 목걸이들이 좀 아깝고 나머지는 다 가짜 ㅎㅎ 아 고소하다.

진주 목걸이는 죽은 언니 거라 가슴이 좀 아팠다.

아이 랩탑은 몇 년 되어서 업데이트도 못할 정도로 오래되었던지라 새로 살 수 있어서 좋겠다 했더니 자기가 돈 모아 산 거라고 속상해한다. 하긴 몇 년 모아 산 거지.

난 없어진 것은 별게 아닌데 손이 탄 것이 영 찝찝하고 다시 올까 봐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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