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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
노동시장에 진입한 청소년들 본문
요즈음 열다섯 딸내미랑 친구들이 일을 구해서 노동자가 되었다.
딸은 피자가게, 두 친구들은 카페.
카페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과 낮에 일을 하고 피자가게에서 일하는 울 딸은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 일을 한다.
어제 밤에 늦게까지 일하고 오늘은 늦잠을 잔 딸내미와 아침 일찍부터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그 애 친구 B를 응원하러 가기로 했다.
지지난 주, B가 일을 시작한 첫 날도 응원하러 갔다.
잔뜩 긴장한 애가 커피를 만들어 주는 동안 매니저랑 다른 일꾼이 매의 눈초리로 아이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잘하던 일도 못할 정도로 눈에 힘주고 보고 있었다.
그렇게 받아든 커피는 ... 아이고 세상에 미지근한 쵸코물 같았다.
그래도 맛있다 너 프로페셔널하게 보인다 멋지다 마구 치켜세워 주었는데 나중에 들은 얘기로 다른 손님들한테서 "끔찍한 맛 (terrible)"이라는 항의를 받았단다.
첫 날에 마시지도 않는 커피를 만들게 한 매니지먼트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름 사정이 있겠지.
그랬던 B가 오늘은 제법 커피맛이 그럴 듯하게 잘 탔다.
B는 이젠 긴장도 하지 않고 손님들한테 괜찮냐고 묻기도 하고 일을 잘하고 있었다.
그래도 매니저의 매눈은 아이를 따라다니고 B는 벌써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어한다.
우리 딸내미는 지난 주에 일을 하러 가기 전, 생리통이 시작되어 힘들어하기에 미리 말하고 가지 말라고 권했지만 요즈음 코로나로 일할 사람이 적다고 굳이 갔다.
그런데 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잠깐 전화를 보지 않은 사이에 데리러 와달라고 전화를 4번이나 했다.
많이 아픈가 하고 급히 갔더니 얼굴이 백짓장 같고 토할 거 같단다.
방에 눕히고 한약 주고 배를 따뜻하게 해주니 괜찮다고 해서 함께 저녁을 먹는데 아이가 사장님이 화를 냈다고 말한다.
미리 얘기했어야 다른 사람을 불렀을 텐데 바쁜데 힘들게 했다고.
순간 얼마나 불편했으면 그 짧은 동안 전화를 네 번이나 했을까 안스럽고 확 뭐라 욕을 할 뻔했지만 참고 세프랑 스태프랑 코로나 걸려서 너무 힘든 자기 처지에 갇혀서 네가 아파도 책임감있게 일하러 간 네 마음은 보지 못했나 보다 했다.
아이가 그럴 거야 한다.
그리고는 내 진심이 터져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난 서운하다, 동감 능력이 없네, 그러니 자꾸 사람들이 그만두지 했다.
아이가 그치 하고 웃는다.
어린 것들이 자기 힘으로 용돈을 벌겠다고 불편함을 버티는 게 기특하다.
마실 것을 사러가면 "내가 살게" 하는 것도 좋다.
친구와 자기와 또 더 나이많은 동료들 노동 환경을 견주어보기도 하고 부당한 점을 판단하기도 하고, 그런 것을 배우는 기회인 점도 좋다.
가끔 자기가 실수한 이야기를 하며 어떻게 대처했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하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다.
그래도 내 처지에서는 아이가 민주시민으로서 어떻게 권리를 찾고 지키는지 배웠으면 좋겠지만 동시에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하는 기술도 배웠으면 좋겠고 그 접점이 때론 그리 단순하지 않기에 가끔 어떻게 말해 줘야 좋을지 나도 몰라서 순간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할 수 없이 아이에게 나도 잘 모르겠다 고백하는 수밖에 ...
뇌과학자 박문호박사가 어느 부모에게 태어났나보다는 어느 지리적 문화적 환경에 태어났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 것을 듣고 그나마 조금 위로가 되었다. 적어도 2022년에서 2027년 사이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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