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조국
- 겸손하자
- 인종주의
- 코로나 맥주 맛있다
- 통증
- 국적
- 정태춘
- 코로라
- 유치원
- #무셔
- 정체성
- don't look up
- 영유아원
- 월성
- 잊지말자
- 슬프지만 나보다 남을 위해서 한걸음 앞으로
- 코로나
- 탈원전
- 잘지내길
- 봉쇄
- #가족들이 기계를 통해서 대화
- 책상
- 조심 또 조심 역지사지
- 원전
- lockdown
- years and years
- 체르노빌
- 코빗19
- 죄 많은 소녀
- 재수
- Today
- Total
알퐁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본문
잠깐 놀다 온 것 같은데 지난 글이 1월이었으니 벌써 여섯 달 정도 여기 오지 못했네.
1. 내일모레가 환갑인데 주책이지 공부를 시작했다.
1년 과정인데 일을 해야 하니 2년에 걸쳐서 하기로 해서 그리 부담은 되지 않으나 겁을 먹었다.
첫 날 학교 매점(?)에서 커피를 사는데 주인분이 마침 한국분.
뭘 공부하냐기에 대답을 했더니 얼굴이 어두워지며 한국학생들 많이 졸업을 못하던데 했다.
오잉? 왜요?
숙제가 다 추상적인 내용을 영어로 쓰기라서 ...
그 다음부터는 낙제를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람들에게 무엇을 공부하는지 말하지 않고 쉬쉬.
드디어 숙제며 시험이며 다 끝.
다행히 낙제하지 않고 다음 학기로 넘어갈 수 있다.
휴~
2. 지난 5월에 조카애 시력 교정 수술 때문에 한국을 간다기에 방학도 아닌데 얼른 따라갔다.
정말 재미있었다.
숙소들도 다 마음에 들었고 (아참 한 군데 빼고) 주로 편히 먹는 데에 치중을 했다.
눈 병원은 강남.
층마다 성형외과와 약국.
길거리에는 저 광고에 보이는 여성들 얼굴이 넘쳐났다.
심지어는 중국인지 대만인인지 부부가 둘 다 얼굴에 붕대를 감고 아이를 데리고 걷고 있었다.
옛날에는 건물 하나에 교회 하나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건물 하나에 미니 약국이 하나씩.
최고로 재미있는 곳은 목포였다.
창성장은 한가해서 쉬기 딱 좋았다.
오! 백성식당!
창성장 매니저께서 추천해 주셔서 간 곳.
들어서니 천장 낮은 식당. 마루(?)에 누워서 쉬시던 분들께서 일제히 일어나서 부엌으로 가시더니 상을 차려 주셨는데 ...
반찬이 모두 맛있었다.
특히 어릴 때 엄마가 해주던 반찬이어서 할머니 음식에 대한 기억이 없는 아이들에게 할머니께서 이렇게 맛나게 음식을 잘하셨다고 말할 수 있어서 특별했다.
엄마 생각에 눈물이 찔끔 날 뻔했는데 무척 맛있어서 쏙 들어갔다.
그런데 목포는 스산했고
짠했다.
어쨌든, 최고로 맛난 음식은 울 외숙모께서 해주신 집밥.
3. 도망
목포 가는 길에 군산에 들러서 맛있는 밥을 먹기로 했는데, 숙소를 미리 잡지 않아서 도착해서 인터넷 리뷰에 기초해서 잡고 바로 들어갔다.
오메나 ... 가는 길에 신천지장막교회가 크게 있었고 그리고는 어두운 가게들이 다 문을 닫은 거리 ... 그러더니 ... 이상한 말투를 가진 매니저가 안내한 방으로 ...
옛날에 대학생일 때 변산반도 같은데 가면 묵은 곳.
낡은 벽지, 낡은 목욕탕, 언제 빤 건지 알 수 없는 이불 ...
그래도 돈을 냈으니 할 수 없이 들어가서 짐을 풀려는데 ...
화장실 휴지가 걸려 있는 곳 위에 작은 검은 구멍 하나 ...
공사할 때 생기거라면 왜 하나이지?
일단 휴지를 끊어서 틀어막고 전체 검사 시작.
벽에 주황색 점박이들은 뭐지?
아마 모기를 떼려잡은 흔적?
그런데 아니면?
"얘들아. 나 여기서 묵으면 오늘 밤 한숨도 못 잘 듯. 그냥 나가자."
조카애가
"이모,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
바로 짐 싸서 도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좀 비싼 호텔로, 그리고 비싼 어청도에서 맛난 군산 저녁.
우리를 구해 주신 너도님과 군산 작가님, 땡큐!
4. 이곳 공항에 도착해서 음식 신고서를 갖고 세관은 통과. 과자라는 말에 들여다보지도 않고 그냥 가라고.
딸랑딸랑 가볍게 나오는데, 약냄새 맡는 개가 내가 어깨에 맨 가벼운 가방에 코를 박고 따라온다.
결국 세관원, 내 가방을 검사.
아이패드, 전화기, 그리고 지갑이 다.
게다가 가방은 홑겹.
세관원이 어제 허브를 갖고 다녔나 생각해보란다.
글쎄 어제? 아닌데? 마른 오징어를 먹어서 그런가?
아무것도 없으니 그냥 가라고 해서 나오다가 번뜩 기억이 났다.
너도님께서 직접 딴 쑥으로 만든 떡이라고 주셔서 이제까지 내가 먹은 쑥떡은 색만 초록인 다 가짜였구나 감탄을 하면서 먹었는데 그 냄새가 얼마나 진했으면 아직도 남았단 말인가.
참쑥떡임을 마약개가 검증.
쑥뜸을 뜨면 환자들이 마리화나 냄새 같다고 좋아하더니 다른 식물인데도 냄새는 정말 비슷한가 보다.
뜸뜨고 공항 가면 안 되겠다는 것과 너도님 쑥떡은 참쑥떡임을 배웠다.
한국 갈 때마다 슬픈 일로 가거나 슬픈 일이 일어나서 한국 생각하면 은근히 뒤통수가 저며오는데 이번에는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 먹으며 잘 놀다왔다. 한국에서 오면 또 가고 싶은 생각이 한동안 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금방 또 가고 싶어졌다. 치유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