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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알퐁 2019. 4. 16. 10:49

둘째가 페북에 뜬 이야기를 해주며 흥분을 한다.

어떤 정치가가 한국인 모임에 가서 "니하오" 했다고 인종주의자라고.

내가 그 사람이 아는 외국말이라고는 그것뿐이었나 보지, 최소한 남의 말로 인사하려고 한 좋은 의도를 봐주면 안 될까 하니, 안녕하세요를 한국말로 어떻게 하지 물으면 될 걸 자기 맘대로 모든 아시안들은 중국말을 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 바로 그게 인종주의란다, 

듣고 보니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아이는 자기가 겪은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우리집은 관광명소 근처라 외국인들이 많이 다닌다. 그 날 아이는 일을 끝내고 집으로 걸어오는데 남미 억양이 강한 한 무리가 두리번거리고 있었단다. 속으로 분명 그 관광명소를 찾나 보다 했는데 갑자기 무리 가운데 한 사람이 아이를 보며 "영어할 줄 알아?" 강한 억양으로 물었단다.

자기는 여기서 태어나지는 않았어도 유년기부터 주욱 살았는데 단지 자기 머리가 검다고 대뜸 영어할 줄 아냐니 너무 황당했단다. 

강한 외국어 억양으로 현지 사람한테 영어할 줄 아냐니 듣고 보니 우스웠다. 

그러면서 또 보기를 들기를 웬만큼 문화적으로 예민하지 않는 한 사람들은 첫 만남에서는 의례 어디서 왔냐고 묻는단다. 

그게 다 아시안을 현지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인종주의라는 거다.

난 누가 내게 "니하오" 하면 "워흥하오" 대답한 후 "그런데 난 중국사람이 아니고 그게 내가 아는 유일한 중국말이니까 더이상 중국말로 묻지 말아 줘요" 한다. 그럼 사람들이 "미안해요, 어디서 왔어요?" 한다. 대부분 "한국"이라고 답하지만 묻는 이가 좀 허술해 보이면 북조선이라고 대답하고 깜짝 놀라는 모습을 즐긴다.

그러면서도 그게 인종주의라는 생각은 한번도 안 해봤는데.

나부터도 하얀 사람들이 키위인지 호주인인지 영국인인지 아일랜드 출신인지 스코틀랜드 출신인지 억양을 듣기 전에는 짐작할 수 없다.

그러자 아이가 난 이곳에 어른 이민자로 와서 유년기부터 이곳을 국적으로 산 자기와는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말한다.

오호 그럴 듯하군. 난 남의 나라에 굴러들어온 돌이라는 의식이 늘 있고, 거슬리지 않으려고 눈치보며, 내 영어는 아시안 억양이 강하니까 어디 출신이냐고 묻는 걸 당연히 여긴 거구나. 

아이는 한국을 가면 서류를 작성할 일이 아니면 아무도 어디서 왔냐고 묻지 않고 녹아드는 것 같고 편하단다. 

여섯 살 이후 산 곳보다 정체성 면에서 더 편하다니 1.5세대 바나나일수밖에 없는 아이 처지가 느껴져 안쓰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