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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
의연한 죽음맞이 본문
몇 사람들이 암치료를 받는 동안 침치료를 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난 암환자는 받지 않는다는 나름 원칙이 있어서 다른 치료자들에게 보냈다. 심지어는 내게 최고 학점을 주신 선생님이 부탁했을 때에도 그랬다. 우선 난 암치료는 경험이 없고 암으로 죽은 언니 때문에 감정적으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암전문가에게 보냈다. 그런데 나중에 그 선생님은 그 소위 전문가에게 실망을 했다고 해서 미안했다. 하지만 난 암환자를 만나는 것이 마음이 너무 편하지 않았다. 뭘 어떻게 해줘야 할지, 무슨 말을 할지, 내가 아무렇지도 않아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동정은 독약. 결국 피했다.
그런데 쥐덫에 갇힌 것처럼 그만 덜컥 암환자를 보게 되었다. 그것도 말기환자. 병원에서 더이상 할 게 없으니 집으로 가서 곡기를 끊고 죽음을 맞이하라고 한.
오랫동안 연을 맺어온 한 가족이 있는데, 지난 봉쇄때에 나 힘들까 봐 치료비를 목돈으로 미리 넣어준 가족. 미리 낸 돈 때문인지 어떤지 치료차 오다가 자기 어머니가 암이 재발해서 수술받고 계속 토하고 물조차도 마시지 못하고 있다고, 너무 불안해하신다고, 불안증을 치료해달라고 부탁하는데 어어?...어 ... 하다가 덜컥 보게 되었다.
그런데 환자분이 무척 의연하시다. 자기는 이제 준비가 되었다고. 손주들한테 손편지도 쓰고, 기운이 없어서 너무 힘들면 아들한테 부탁해서 사랑한다고 메모를 남기고 있다고.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도 미리 준비할 거라고. why me 하고 원망이나 화는 나지 않냐니까 그런 때도 있었는데 이미 지났다고 한다. 하늘에 가면 예전에 유산했던 아기도 만날 거라고. 우리 언니랑 엄마 만나면 소식 전해 주겠다고도 했다. 같이 웃으며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 물속에서 듣는 메아리처럼 너무나 현실적이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지 이렇게 마무리할 시간을 갖는 것이 참 좋다 싶었다. 다음주 예약을 했지만, 나는 see you 하고 그 분은 bye 한다. 순간 멈칫했다. 마침표인건가 ...
원치 않았지만 그 분 덕분에 내 안에 있던 고개 하나를 넘은 기분이다. 덕분에.
그 분 가시는 길이 편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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