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

무엇이 정상인지...

알퐁 2020. 5. 10. 15:55

1. 어디에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요번에 코로나 확진된 사람이 이태원 클럽을 다녀왔다는 정보를 질본에서 직장에 알려 줬다는 기사를 봤다. 

그냥 코로나에 확진되었다 다른 사람들도 검사를 받아라 그렇게만 알려도 되지 않았을까?

꼭 그렇게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사실을 알려야만 했나? 

사실 서양사람들에게는 질본에서 그 사람이 코로나에 걸린 사실을 직장에 알려 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격을 받을 사생활 침해이지만 팬데믹인 상황을 고려하고 다른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적을 고려하면 코로나 확진 정보는 알려 주어서 준비를 하게 하는 것까지는 나도 찬성한다.

그런데 이태원 클럽에서 걸렸다는 것은 추측일 뿐이고 다른 사람을 예방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사생활 정보이다. 

동서양이 사생활 보호와 침해에 대해서 무척 다르게 보고 있는 것 같다.

 

2. 내가 사는 곳에서 (서양 문화) 예전에 16세 여자애가 임신을 했는데 학교는 알고 있었지만 부모한테 말을 안 해서 부모가 나중에 알고 화를 낸 일이 신문에 난 적이 있다. 16세 이상인 사람의 의료 정보는 부모에게도 말을 해줄 수 없는 것이다. 만약 해주면 학교 관계자는 법적으로 처벌을 받는다.

전에 조카애 피검사를 받게 내가 예약하고 내가 돈을 냈지만 결과가 나왔을 때 간호사는 아이한테 허가를 받기 전에는 내게 알려줄 수가 없다고 하기도 했다. 

 

내 아이가 16세가 되어서 집을 나가고 싶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되고 아이의 정보는 사생활 보호 때문에 알 수가 없을 것을 생각하면 몹시 서운하고 16세면 아직 아기인데 무척 염려스럽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 만큼 요새 애들은 빨리 자란다는 반증이니 준비를 해줘야 한다.

어떻게 준비를 시킬까 정답이 없는 것이 문제.

어렵다.

 

3. 아이랑 손전화를 바꾼 후 아이의 사진들이 내 컴에 저장된 것을 발견하고 아이의 허락을 받고 지워나가다가 그만 아이 친구가 남친과 뽀뽀하는 사진을 보고 말았다.

중학교때 사진 같았다. 

주위에 내가 아는 아이들 얼굴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그 어린 연인들은 공공연히 사귄 듯.

아이를 다시 불러서 그 사진 지워도 되냐고 물으니 그러라고 하는데 살짝 당황한 듯.

둘이 지금도 사귀냐고 물으니 헤어졌단다.

이 경우 만 13세이니 법으로는 아직 어린아이.

그래도 내겐 관여할 권리가 없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사진을 지웠다.

내 아이가 남친이 생겼을 때 내게 말해 주길 바라는만큼 이런 일 앞에서 흔쾌한 척을 한다. 

 

4. 아이는 며칠 전에 만 13세가 되었다.

봉쇄 때문에 선물을 하기가 힘들어 아이가 원하는 우디 (oodie)라는 담요로 만든 후디를 아이의 낡은 담요로 내가 만들어 주었다.

   

이 담요는 고양이들이 더 좋아하는 담요라 옷으로 바뀌었는데도 고양이들이 올라앉아 부비려고 애쓴다.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선물도 아이는 좋아라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고 페이스타임으로 친구들에게 다 보여 주었다. 

고맙게도 친구들은 부럽다 갖고 싶다 말을 해줬다. 

그리고 생일날,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서 나가 보니 아이의 친구가 수퍼에서 살 수 있는 꽃과 초코렛을 사서 왔고 집 앞에 서 있는 그 아이의 엄마 차에서는 생일축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원래 봉쇄 기간에는 서로 방문을 해서는 안 되고 경찰이 봤다면 벌금을 물렸을 일이지만 그 아이와 아이 엄마의 정성이 너무 고마워서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대신 포옹은 없었고 1미터 떨어져서 서로 대화만.  

 

이런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가 참 힘들고 적법과 불법을 가르기가 참 힘들다.